본 페이지에서는 프로젝트 레디액션Ready-Action에 대하여 소개합니다.
마지막 수정: 2024.04.13
프로젝트-연구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여 일반론으로서 수립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과 연구 외 분야 종합적 투입을 요구로 하는 연구 종합체입니다.
개별적인 학술연구는 상대적으로 명확한 주제에 대한 검증을 한정된 기간 안에 수행합니다. 따라서 프로젝트-연구에는 여러 하위 학술연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현재(24년 상반기)는 '인디게임 개발'이 프로젝트 레디액션의 첫 번째 대표사례연구로서 진행 중입니다. 해당 사례연구에 대한 정보는 왜 인디게임인가? 문서를 참고해주세요.
본 프로젝트에서, 일반적으로 '행위行爲'로 번역되는 액션Action은 전통적으로 철학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인간의 모든 행위 중 실천적 측면을 가진 특수한 행위를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인간의 행동을 가리키는 개념을 구분하고 정립하는 방식은 철학 사조와 개별 철학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본 프로젝트의 전제는 크게 생존필수요소의 생산활동으로서 '노동labor', 창작활동으로서 '일work', 그리고 생산/창작에 국한되지 않는 자유로운 실천으로서 '행위action 또는 praxis'로 나누는 H. Arendt 식의 삼분류에 기반합니다(Arendt, 1987).
특히 이 세 가지 중 본 프로젝트에서 중심적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행위action or praxis입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노동과 일의 가치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기술발전이 이끄는 탈근대와 후-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인간소외를 비롯한 부작용(사회 위기)들은 인간 행위를 노동과 일에 국한해 설명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음을 반증합니다.
이에 새로운 기술체계와 공존하는 인간 가치를 발굴하고 증명하기 위해서는 생산성(labor productivity)이나 완결성(quality of work)과 다른, 과정 자체의 자유와 복수성plurality에 기반한 실천적 행위action-praxis 본질에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분석과 검증은 신기술의 진보와 대중화가 동시에 이루어져 인간성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의문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 시점에 특히 시급하게 필요한 새로운 준거의 틀을 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동자 또는 작업자로서의 정체성에 익숙한 현 시대의 구성원이 행위자actor로서의 정체성을 갖출 준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준비-(실천)행위를 의미하는 영문명인 ready-action을 프로젝트명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추가적으로, 레디-액션ready-action은 영화산업에서 촬영 시 감독이 배우actor에게 연기 시작을 지시하는 사인이기도 합니다. 본 프로젝트가 프로젝트성 연구로서 변모하는 사회의 역동에 대한 인식을 연구자 집단을 넘어 대중에게 공유하는 확장성을 갖는다면 연구와 연구대상자가 적극적으로 협동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 이러한 표현을 차용하였습니다. 연구자 또한 사회의 일부이기에 연구대상자보다 우위에 있거나, 사회 외부에서 과학적 객관성을 완벽하게 확보할 수 없습니다. 연구자와 피연구자는 그러므로 네트워크 내에서 상호작용하게 됩니다.(Latour & Woolgar, 2013) 이러한 상호성을 고려한다면, 레디-액션이라는 사인은 연구로써 대상자에게 제시하는 동시에 대상자가 연구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젝트-연구의 연구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연구질문은 질문이 제기되는 시점을 탈근대로 전제하고, 해당 시점에서 인간의 행위 동기가 이전 시대(근대)와는 달라졌을 것을 가정하고 해당 가정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제기됩니다.
그러므로 1. 탈근대, 2. 행위, 3. 동기 세 가지 개념을 명확히 정립, 공유하며 연구 논지를 전개하는 것이 유효한 결론에 이르는 데에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본 웹사이트가 연구자-연구대상자간의 소통도구이며, 전문 연구자에게 연구를 상세히 해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음을 고려할 때, 탈근대, 행위, 동기와 같은 철학적 개념에의 전문적 서술을 이곳에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하기에서 이어지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 내 사례선정기준과 같은 부분에서 해당 개념을 연구자가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는 대략 드러납니다. 이를테면, 탈근대는 비물질이 물질을 압도하는 사회입니다. 행위는 자유의지에 근거한 행동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행동act는 수행목적이 분명한, 단기적 움직임動이라면, 행위action는 수행 자체가 곧 목적인 무목적의 장기적 움직임, 즉 삶 그 자체입니다. 동기는 이러한 행위를 추동하는, 외력 없이 자연발생하는 힘입니다. 이러한 동기는 개인으로 하여금 외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며, 복수 행위자가 가진 동기의 방향이 얽히는 순간을 상호작용의 발생으로 해석합니다. 이처럼 내부에서 외부로 뻗치는 힘으로서 동기가 자유의지를 구성하는 비물질적 흐름이, 디지털-혁명 후 기술보편이 마침내 실현됨에 따라 급속히 그 영향력을 강화하여 자본-물질중심 근대성을 압도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에의 이해-준거틀을 요청하는 순간에 이르렀다는 탈근대 시대성 인식이 본 연구문제가 위치한 역사적 좌표입니다.
그러므로 본 연구 프로젝트는 신기술이 동반되는 인간의 행위 중에서, 전통적인 노동과 일(또는 작업)의 특성에 기반하여서는 이해의 한계가 명확한 새로운 유형의 행위들을 사례 연구합니다. 그러한 케이스의 선정은 다음과 같은 기준에 의해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근대성의 근간인 자본주의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성을 가지는 행위
물질 생산이나 가치 창출을 분명한 목표로 하지 않는 행위
그 결과 비물질 노동을 수반하게 되는 행위(Negri & Hardt, 1999)
또는 물질세계에 한정되더라도 단순한 수량 등의 근대적 기준을 넘어 자체적 기준을 설정, 그에 기반하는 행위
최근(특히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급속히 진보한 과학기술과 상호작용할 것이 요구되는 행위(Ellul, 2018)
2인 이상의 직·간접적 상호작용을 수반하여, 최소한의 사회적 파급력을 확보한 행위
문화,사회,경제,정치적 외압 등에 의하여 강제되지 않은, 개인의 자유 의지에 바탕하는 행위
본 연구 프로젝트가 기본적으로 개별 사례에 대한 민속지학적 접근법에 기반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점에 근거합니다.
우선 본 연구는 가설의 증명이 아닌, 기술과 인간의 상호역동을 관측하고 그로부터 요청되는 기존 개념의 재해석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므로 수량화 가능한 특정 요소를 연구자가 선택적으로 수집하여 측량하는 방식의 접근법보다는, 상기의 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를 이행하는 당사자들의 발화와 행동 등으로부터 유의미한 패턴을 포집하는 것이 아직 충분히 기록되지 못한 동시대적 변화양상을 왜곡없이 포착하는 데에 유리합니다. 이에 조건에 해당하는 행위당사자를 대상으로 비지시적 면접을 시행하거나, 행위자가 행위를 통해 구성한 구성물, 기록 등을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관찰, 디지털 민속지적 방법론, 텍스트마이닝, 네트워크 분석 등의 방법이 필요에 따라 추가적으로 수행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연구 레디-액션은 충분한 통찰이 확보되어 새로운 개념 등을 제시할 수준에 이를 때까지 기한을 두지 않고 진행되는 평생 프로젝트입니다. 그러므로 연구 참여자에게 프로젝트 전반의 유효한 결과물을 적확한 일시에 제공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개별 하위 연구는 마감기한을 가지며, 이러한 개별 연구에 참여한 참여자는 본 사이트 등을 통하여 연구 결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전체 프로젝트가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별개로, 개별 연구의 과정 및 결과는 공익을 실현하는 목적에 부합하여 응용될 수 있는 내에서 학술 및 대중적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